제가 5살 때 부모님이 하시던 중국집이 망했을 때 저와 동생은 충남 부여에 할아버지 댁에서 7살 초까지 살았습니다.
그때 저를 키워 주셨던 할머니가.. 지금 8년째 요양원에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중학교 때 돌아 가셨구요.)
예전 집사람과 만나기 전 할머니 면회를 가서 제가 결혼해서 자식 낳는 거 보실 때까지 살아 계시라고
이야기 드렸는데.. 얼마전 면회 때 할머니가 그걸 기억하시더라구요.
그동안 치매 기운도 있으시다 다시 정신 멀쩡해 지시고.. 지금도 기억력이 좋으신 상태입니다.
집사람 이름까지 기억을 하시니.. (예전에는 저도 못알아 보셨었는데...)
이번 추석 때 할머니께 경서를 보여 드릴려고 했는데 경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마곡동에서 문정동까지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부모님만 할머니 면회를 다녀 왔습니다.
할머니가 꽤 수척해 지시고. 요세는 죽만 드신다고 하셔서... 저는 요 몇일 간 걱정이...
(혹시 경서 얼굴도 못 보신 상태로 돌아 가시는 건 아닐런지..)
그래서 10월 13일 집사람과 경서 이렇게 3명이 문정동에 있는 송파 노인 요양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다행히 경서는 피곤했던지 차에 타자 마자 잠을 잤고... 면역력이 약한 경서가 병실 올라가는게 좀 그래서
할머니께서 휠체어를 타시고 1층 면회실로 내려 오셨습니다.
휠체어도 못 타실것 같아 걱정했었는데. 다행스럽게 편안하게 잘 앉아 계셨습니다.
저희 할머니 눈도 잘 안 보이시고. 몸에 왼쪽도 쓰지 못하시고 오른쪽 귀도 잘 안들리시는데
경서를 보자 마자 "아들 자랑 하러 왔나 보지. 그나저나 보고 싶었는데.. 눈이 안 좋아서 잘 안보여"
이러시면서 경서를 할머니 가까지 보여 드리자.. 눈도 동그랗고 이쁘네.. 키도 크고.. 남들이 보면 4살 짜리인줄 알겠다.
손으로 경서 얼굴을 쓰다 듬으시더니. 이마도 이쁘고 두상도 동그라니 이쁘고.. 귀는 준희가 귓볼이 없어서. 좀 그런데
이 놈은 귀도 이쁘다고....
교회 열심히 다니고(네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니들 그리고 증손주 들 잘 되라고 맨날 기도 한다고.
경찬이 (장증손자)는 대통령, 준희 아들은 외교부 장관, 쌍둥이 증손녀 들은 내무장관, 교육장관 되라고.
(할머니 이렇게 집안끼리 다 해먹으면 독재에요 독재 ㅋ)
암튼 할머니께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시는 도중 경서가 졸린지 칭얼 거려서..
집사람은 경서를 달래고 저는 할머니를 4층 침대에 올려 드렸습니다.
휠체어에서 침대로 눕여 드릴려고 할머니를 드는데. 많이 가벼워 지셨더라구요...
할머니께서.. 그래도 준희 아들 봐서 나중에 죽으면 할아버지한테 자랑할 수 있다고 좋아 하셨는데...
쩝.. 할머니께서 8년동안 누워만 계시다 보니. (잘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몸 반은 못 쓰고..)
이번에 나올 때는 오래 사시라는 말은 차마 못하고. 편안히 돌아 가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드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니 할아버지 처럼 대소변 다 보고 자식들한테 할 말 다하고 그렇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쩝 경서 출산 전에는 그래도 3개월에 한 번씩은 요양원에 가서 할머니 뵈었는데...
할머니 돌아 가시지 전에 한 번 더 뵈면 좋겠네요......
저도 많이 아쉬웠는지 한 시간 정도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도 제 손을 꼭 잡고 계셨구요....
그리고 집사람 고맙네요... 다른 여자들 같으면 아이 면역 때문에 혹은 귀찮아서 오기 싫어했을 텐데
성옥이는 연애할 때부터 쭉 저랑 같이 할머니를 뵈로 다녔습니다.
오죽하면 울 할머니께서 집사람 이름을 기억할 정도이니...
암튼... 할머니 뵙는 도중 지금을 기억하지 못할 경서를 위해 할머니께 경서와 사진 찍자고 이야기 드렸는데
좋아 하시는데.... 사진에 찍힌 표정은 ㅋㅋㅋㅋ
나중에 경서가 커서 증조할머니를 만난적이 있다고 증거로 보여 주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힝.. 경서 할머니한테 막 안기고 폭풍 옹아리도 터트리고 할머니도 귀여워서 계속 웃으시고
쓰다 듬으시고 했는데. 사진은 영 어색하게 나왔네요... 저도 이상하게 나오고
할머니 표정도 찍기 싫어하시는 사람처럼 나오고 ㅋㅋㅋ
'시간이 멈추다 > 경서(튼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서 200일 스튜디오 촬영 (0) | 2012.11.17 |
---|---|
경서랑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잘 나온것 같아요 (0) | 2012.10.31 |
밀렸던 경서 사진 업데이트 (0) | 2012.10.07 |
경서 첫 이유식 먹는 동영상 (0) | 2012.10.07 |
목욕하는 경서 (0) | 2012.08.02 |